유아의 자발성이란?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지성의 성질은 자발성입니다.

지성이 움직일 때 지속하고 발전하고 깊어집니다.

어린이가 “다시 한번, 다시 한번.”하며 같은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민감기’의 강렬한 에너지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며, 하나는 ‘지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성은 우주 끝까지 알고 싶은 욕구로서 ‘자발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성은 앞서 말한 ‘분석, 집합, 대응, 비교’와 같은 논리수학적인 구조에서 움직일 뿐 아니라 ‘추상, 인과관계, 시간의 흐름’과 같은 철학적 논리와 ‘공간, 도형’과 같은 기하학적 성질의 이해를 위해서도 움직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통해 지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어린이들이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등의 말을 배우고 나면 자기 주변의 것들을 “아, 동그라미다.”, “이건 삼각형, 저건 사각형!” 하고 가리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구체적인 물건을 추상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활동입니다.

H 선생은 개구리 알-올챙이-다리가 생긴 올챙이-개구리까지를 4장의 그림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개구리의 일생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이들이 매일매일 개구리의 일생을 설명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아주 조용히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겨우 네 장의 그림과 단순한 설명인지라 아이들은 계속해서 흥미를 보이는 것입니다.

지성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보고 싶은 것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아이들은 ‘흐물흐물한 젤라틴 모양 안에 들어 있는 알’ 에서 ‘올챙이’ 로, 다리가 생긴 올챙이’ 에서 ‘개구리’ 가 되는 과정의 인과 관계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지성을 움직이면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것입니다.

인간이 지식을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단계에서는 감각을 통해 ‘우아!’하고 놀랄만한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왜 그런 걸까?’하고 의문을 갖습니다.

제2단계에서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성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의문 대상을 분석하거나 비교하는 등 조사하는 것이 바로 지성의 활동입니다. 이렇게 의문 대상을 이해하게 되면 ‘그렇구나!’ 하며 깨닫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이 생깁니다. 인간은 진실을 확인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이동합니다.

제3단계에서는 확인을 위해 ‘이성’이라는 원리가 작용합니다. (일본에서는 지성과 이성의 개념 규정이 모호하므로 이 용어 자체에 구애받지 마십시오.) 이성은 근거에 비추어 확인하는 작용을 통해 ‘역시 그렇군!’ 하게끔 인간을 납득시킵니다. 그리고 이건 옳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판단을 하게 합니다.

이 3단계를 통해 얻은 지식, 즉 처음에 감각으로 경험하고 그다음 지성으로 이해한 후, 끝으로 이성으로 판단해서, 얻은 지식은 반드시 자신의 것이 됩니다. 이 3단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설명한 사람은 B. 로너건(1904~1984)이라는 철학자였으며, 몬테소리도 어린이가 지식이나 기술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밟는다는 사실을 어린이를 관찰하면서 확인했습니다.

어린이가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을 때 어린이는 무의식 중에 앞서 말한 세 단계를 밟아가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처음에는 어떤 사물이나 행동을 보고 (감각적 경험을 통해) ‘와, 예쁘다!’ , ‘와, 해 보고 싶다!’ 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등과 같은 의문을 갖습니다.

그럴 때 어른은 어린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확실하게 그리고 천천히 보여 주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보여 준 것을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여 ‘음, 그런 거구나!’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일까?’ 하는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 번 해봅니다. 특히 수의근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을 때가지 ‘다시 한번, 다시 한번’ 하고 반복합니다. 그림책 같은 데서 얻은 지식도 ‘다시 한번, 다시 한번’ 하고 반복하여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유아기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복을 통해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면 자신감이 생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응용하거나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는 진화론의 영향으로 빨리빨리 나아가는 것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이와 다른 가치관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치관은 ‘천천히’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뇌 과학자들은 ‘천천히’ 야말로 본질을 알아내는데 중요한 과정으로서, 빠르게 해내는 것보다 깊이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유아기에 자기 지성의 리듬으로 느긋하게 반복해 본 어린이는 초등학교 이후에 스스로 공부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유아기에 지성을 움직이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지성의 활동임을 깨달아 어린이가 지성의 리듬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집에 속옷이나 옷을 정리하는 곳을 지정하고 거기에 스티커를 붙여 어린이 스스로 스티커에 맞추어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상의 작은 것부터 어린이의 지성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봅시다. 어린이의 반응을 살펴 지성의 활동을 어떻게 하면 도울지 계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보도록 합시다.

요즘은 이런 사소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부모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아이들을 학원 등에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지성의 움직임’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부모는 “우리 애는 아무리 시켜도 안 해!”라던가, “시키지 않으면 잘 안 해!” 등의 한탄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사가라 아츠코 [엄마와 아이를 빛나게 하는 몬테소리의 메세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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